부동산의 본격 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견조한 경제 성장률을 유지해온 중국의 역량은 이제 글로벌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내수가 다시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과 재고 급증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은 국내 소비를 추가로 촉진하거나 성장 둔화를 용인해야만 할 것입니다. 최근 중국의 4차 전원 회의 결과는 이러한 경제 현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성장모델을 내수 중심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핵심 과제입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경제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
과잉 건설 이후 최근 현실화된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는 1990년대 일본이나 2008년 미국의 사례와 비교할 만합니다. 일본의 실질 주택 투자는 1990년 정점을 찍은 이후 8년간 약 40% 감소하면서 10년간 경제 침체로 이어졌고, 미국은 2007년 정점을 찍은 이후 4년간 약 60% 감소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했습니다(미국·일본 공식 통계 기준).
여러 측면에서 중국 경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듯합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2021년 초 정점을 찍었던 명목 주택 건설 활동은 이후 약 40% 감소했습니다. 이는 중국 건축자재 생산가격지수의 약 10% 하락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는 약 30% 감소한 것입니다. 수많은 '좀비' 개발 업체들이 여전히 구조조정될 필요가 있고 다수의 부동산이 공실로 남아 있기 때문에 중국의 부동산 섹터가 계속 위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중국 상황과 일본·미국 사례의 유사성은 여기까지입니다. 부동산 섹터가 비슷한 정도로 위축되었지만,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는 국가통계국(NBS) 발표 기준으로 여전히 연간 약 4.5~5% 성장률을 유지했고, 폐쇄적 자본 회계 덕분에 글로벌 금융시장으로의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중앙 정부의 지침이 주택 부문에서의 확산을 제한하면서 다른 부문의 상쇄적 성장을 촉진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제조업 역량 강화(특히 전기차, 배터리, 태양전지), 인프라 투자, 수출 확대에 집중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가격을 재부양하지 않고 부동산 부문을 안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는 급격한 강제 디레버리징 대신에 손실을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분산시키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2024년에 이 정책은 대체로 효과적이었습니다. 애초에 중국 부동산 부문을 위해 생산된 철강, 콘크리트 등의 자재는 여러 신흥 시장(EM)으로 수출되었고, 중국의 그린에너지 제품은 유럽 시장을 공략하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습니다.
실제로, 중국 GDP 대비 10%를 차지했던 부동산 부문이 2024년 6%로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출과 투자는 2024년 실질 GDP 성장률에서 각각 약 2.3 %포인트(ppts)와 1.3 %포인트를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내수 소비가 메웠습니다. 중국 업계가 수출 물량을 늘리기 위해 규모를 확대하고 가격을 인하하면서 중국의 수출 가격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하락했으며,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이익률이 축소되고 이익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중국 성장 전략의 새로운 리스크
중국의 공급·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은, 제한적 재정 지원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붕괴의 충격을 지연시켰지만 이제는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중국의 공격적 가격 인하에 대응해 수많은 신흥국들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와 무역 장벽을 더 높였습니다. 유럽은 중국산 제품 덤핑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으며, 쿼터 확대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은 모든 무역 파트너, 특히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 중국 생산 업체들이 '우회국가'를 통해 낮은 관세율로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길을 제한했습니다. 이번 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장은 미중 무역 협상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을 보였지만, 양국의 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미국 관세 부과를 앞둔 선반영 수요로 중국 경제활동이 활발했지만, 중국의 3분기 실질 GDP는 무역 리스크가 재부각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전년동기 대비 및 연초 이후 총괄 GDP 수치는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GDP 지출 항목별(소비, 투자, 무역 등) 분기 증가율을 분석해보면 둔화 조짐이 뚜렷합니다.
민간 내수(즉, 민간 소비와 투자의 합계)는 공식 GDP 통계에 별도로 보고되지 않지만, 고정 자산 투자와 국가통계국(NBS)의 분기별 ‘가구 소득·소비 지출·생활 수준 설문조사’ 수치를 공식 GDP 데이터와 조합하여 계산할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민간 내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분기 감소를 기록했는데, 고정 자산 투자 위축이 부동산에서 제조업 및 인프라 투자로 확산된 것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눈에 띄게 안정적이었던 국유기업 투자 증가율마저 최근 하락세를 보입니다.)
무역은 3분기 GDP에 소폭 기여했지만, 이는 2분기 미국 관세 발표로 인한 마이너스 영향 이후의 반등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3분기 GDP 예상치 초과의 주된 요인인 재고 누적이, 2분기의 대규모 재고 누적에 이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자세한 분석은 차트 1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 GDP 상세 분석은 중국의 무역 파트너들로부터 집계한 무역 및 재고 데이터와 중국 자체 산업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를 뒷받침합니다. 실제로 다수의 무역 파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이후 급격히 둔화되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정체 상태에 가까우며,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더라도 소폭 상승에 그친 반면, 상세 업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 판매 대비 재고 비율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최근 데이터는, 예상보다 탄탄한 실질 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 내수 여건이 약화되고 무역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아프리카와의 무역은 예외).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생산은 여전히 견조하며, 원자재와 완제품 재고 모두 누적되고 있습니다.
중국 전망에 대한 시사점: 국내 난제와 무역 장벽
앞으로 중국이 디플레이션 추세를 저지하고 안정적 경제를 유지하려면, 재고 누적을 막아야 합니다.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최근 ‘반(反) 내권(anti-involution)’ 캠페인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는 이익률 축소를 가져온 치열한 경쟁을 완화하고 양질의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통해 디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교한 접근 방식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내수를 더욱 강력히 부양하거나 생산 증가율 둔화를 용인하지 않는 한, 중국 제품들은 재고 해소를 위해 가격 추가 인하를 통한 수출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재정 부양책은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프라 확충 움직임은 생산·수출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겠다는 중국의 의지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가계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표적형 재정 지원책(예: 에너지 효율 가전 교체 세액공제, 주가 상승을 통한 자산 효과 확대 노력)은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정부 채권 발행 증가분은 여전히 높은 가계 저축률에 묻혀, 가계 소비와 지방채 수익률 모두 극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중국 경제는 민간 활동을 촉진하여 과잉 생산능력 문제를 해소하거나, 생산을 엄격히 제한하는 보다 낮은 수준의 성장률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중국의 노력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한, 중국의 디플레이션적 국내 여건은 계속 글로벌 경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무역장벽이 낮은 국가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