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군사적 충돌로 인해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에너지 가격과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에 상당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으며, 각국이 에너지 수입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그리고 경제적으로 얼마나 회복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란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특히 에너지 인프라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하고 생산 중단 및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류 차질이 심화될 경우, 세계 경제는 보다 장기적인 공급 충격에 직면할 리스크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시장의 반응은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집중된 것으로 보입니다. 선진국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며 움직이고 있고, 실질 수익률 상승과 금리 곡선 평탄화가 맞물리며 금융 환경이 전반적으로 긴축되는 모습입니다.
중앙은행들은 일반적으로 공급 충격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은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과 임금이 상승하면서 물가 압력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팬데믹 직후,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의 경제 상황은 크게 달라져 있습니다.
이번 에너지 충격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동시에 성장률에도 하방 압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에너지 순수입국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에너지 순수출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취약한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충격에 더 민감해 보입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성장·고용 둔화 위험과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는 인플레이션 급등 위험을 저울질해야 하며, 시장이 이미 반영한 수준의 매파적 대응을 실제 정책으로 옮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 충격의 경제적 영향
중동 분쟁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전반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적 성격의 공급 충격을 겪고 있습니다. 영향 경로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1) 에너지·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2) 공급망·교역 차질, 3) 금융 상황 긴축, 4)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기업·소비자 신뢰 약화
에너지 가격 상승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GDP에 미치는 영향은 각국의 에너지 수출입 구조에 따라 다를 것이며, 글로벌 성장률은 전체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 영국, 일본 등 에너지 수입국은 더 큰 성장 둔화 위험에 직면한 반면, 캐나다와 호주는 순수출국으로서 실질소득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습니다.
고유가와 잠재적 에너지 부족은 전 세계 제조업에도 부담을 줄 전망입니다. 아시아의 에너지 수입국에서는 이미 생산 중단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중동산 원유로부터 정제되는 석유화학 제품은 아시아(중국 포함) 제조업 전반에 필수적인 원자재입니다. 재고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공급망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에 대한 잠재적 영향
지난 20년간 셰일 생산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미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에서 수출이 근소하게 앞서는 소폭의 순수출국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덕분에 공급 충격이 GDP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보다 제한적일 수 있지만, 이번 가격 상승 폭을 고려하면 실질소득 감소가 생산 증가 효과를 상쇄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유 가격 급등과 함께 휘발유, 난방유, 천연가스 등 정유 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으며, 제트유 가격은 더욱 급등했습니다. 미국 소매 휘발유 가격은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확대로 인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 글의 작성 시점(3월 10일) 기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2월 중순 대비 약 20% 상승했으며,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20% 상승하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미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전년 대비 상승률이 약 1%포인트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추정치의 산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에너지 상품 및 서비스는 소비 지출의 약 5%를 차지하므로(이 중 3%는 휘발유), 에너지 가격이 20% 지속적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헤드라인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에 약 0.8%포인트 기여하게 됩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에너지 가격이 20% 상승할 경우 그 전가 효과로 비에너지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이 0.2%~0.4% 오를 수 있으며, 이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 약 0.2%포인트를 추가로 기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같이 인플레이션이 약 1%포인트 상승하면, 반대로 실질소득이 감소하게 되어 실질소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단기적으로 명목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물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감소시킬 것입니다. 가설적으로 소비자들이 실질소득 감소분의 절반을 상쇄하기 위해 저축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소비 증가율은 여전히 0.5%포인트 하락하게 됩니다. 이는 성장에 상당한 역풍으로 작용하며, 미국의 에너지 생산이 시간이 지나며 증가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러한 충격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초기 상황의 중요성
이번 충격이 발생하기 전 미국 경제의 상태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팬데믹 직후처럼 민간 부문이 5조 달러 넘는 정부 지원을 받았거나 셧다운으로 인한 억눌렸던 수요가 있었던 상황과 달리, 현재 미국 경제는 기초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에너지 충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실질 GDP 성장은 견조했지만, 노동소득 증가율은 관세, 이민 정책, 정부 일자리 축소의 영향으로 둔화했습니다. 2024년에 2% 이상 늘었던 총소득은 2025년에 약 1% 증가하는 데 그쳤고(인구조사국 기준), GDP와 실질소비 증가는 주로 가계 저축 감소에 의해 뒷받침되었습니다. 국민소득 및 생산계정(NIPA)에 따르면, 2025년 4월 5.5%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가 저축률은 12월 3.6%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최저치인 2.3%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가계가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느끼기 시작할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점도 있습니다.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 덕분에 많은 미국 가계가 더 많은 세금 환급을 받거나 납부해야 할 세금이 줄었습니다. 미국 국세청(IRS)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환급액은 작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아직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가구도 많습니다. 가계 세금 감면 규모가 실질 GDP의 1~1.5%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평균 환급액은 작년에 받은 금액보다 약 1,000달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 상승과 가구당 연간 에너지 비용 증가는 이러한 혜택을 상당 부분 상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화 정책에 대한 시사점
각국 중앙은행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에너지 관련 인플레이션 압력을 반영하여 여러 지역에서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관점에서는 공급 충격을 일시적이라고 보고 무시해야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환경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습니다. 반면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크게 올릴 것이라고 서둘러 반영하면서, 실제 금리 인상 없이도 금융 상황은 이미 긴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즉, 중앙은행이 매파적 정책을 시행하지 않더라도 시장이 먼저 매파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일시적인 것으로 드러나는 반면 성장 둔화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중앙은행은 더 공격적으로 완화 정책을 펼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 시사점
지정학적 및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채권의 안정성과 액티브 운용의 유연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등급, 분산투자, 유동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최근 공개된 영상 "이란, 유가, 금리: 현재 시장의 핵심 이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달 말에는 세계 경제, 시장, 투자에 대한 심층적인 관점을 담은 새로운 경기주기 전망을 발간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