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연준은 가장 최근의 양적긴축(QT) 프로그램을 종료했습니다. 이는 연준이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만기 도래 시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과정입니다. 대차대조표 규모는 한때 약 9조 달러, 즉 미국 GDP의 약 35%에 달했으나, 이후 2조 달러 이상 축소되었습니다. 2019년 머니마켓 변동성 급등으로 인해 연준이 양적긴축을 갑작스럽게 중단했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시장의 반응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러한 ‘무반응’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2017년 당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말했듯이, 양적긴축은 “페인트가 마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 기준에 비추어 보면 이번 양적긴축의 조용한 마무리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미런 이사와 연준 내부 인사들, 연준 의장 지명자 케빈 워시 (최근 글 참조), 그리고 은행정책연구소의 빌 넬슨을 포함한 여러 학계 인사와 전직 연준 인사들까지 모두 추가적인 대차대조표 축소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 규제와 예금의 정상적 성장 간의 상호작용이, 은행의 지급준비금 수요를 완화하는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 한 연준 대차대조표가 계속해서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들은 존재하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양적긴축을 재개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시행하고, 대형은행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면,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최근과 유사하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차대조표를 좌우하는 연준 부채 수요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결국 연준이 발행한 부채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일반적인 기관과 마찬가지로, 연준의 대차대조표 역시 자산과 부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산 부문에는 주로 미국 국채와 정부기관이 발행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이 포함됩니다. 반면 부채 부문에는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과 연준에 예치된 은행의 지급준비금, 그리고 재무부 일반계정이 포함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연준은 금리의 실질적 하한이 통화정책 운용에 제약으로 작용하자, 그 한계를 보완하고 추가적인 통화 완화 효과를 제공하기 위해 대차대조표 확대에 의존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준은 자산 매입에 필요한 재원을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금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조달했습니다. 경기가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어느 수준까지 정상화할 수 있는지는 은행들의 지급준비금 수요뿐 아니라 대중의 현금 수요에도 좌우됩니다.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각종 규제는 은행들이 조달 자금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금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정 규모의 우량 유동성 자산(예: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도록 요구했고, 그 결과 지급준비금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은행의 본질적인 역할은 대출을 실행하고 신용 한도를 제공하는 데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곧 예금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이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은행 예금이 늘어나면서 지급준비금에 대한 수요도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커졌지만, 중앙은행 유동성이 은행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준이 통화정책 목적에 따라 자산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과정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여 왔습니다(차트 1 참조).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은행 지급준비금과 예금 간의 연관성을 고려할 때, 자산 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 QE)이 없더라도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의 지급준비금 수요를 줄이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연준이 보유해야 하는 국채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국채 레포 시장을 포함한 시장 가격이 왜곡되고 국채 시장 유동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또한 최종 대부자로서의 전통적인 역할 외에도, 국채 시장에서 연준의 비중이 커질수록 스트레스 상황에서 최종 시장조성자로서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이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여러 관계자와 학자들은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경계가 흐려져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해 왔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미런이 다른 연준 소속 경제학자들과 함께 집필한 최근 연구1의 배경이 되었으며, 해당 연구는 예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은행의 지급준비금 수요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실행될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지급준비금 수요를 추가로 1조~2조 달러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정량적으로 제시합니다. 다만 이러한 총량 추정치는 향후 1~2년 안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준을 과대평가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신속히 시행할 수 있어 약 5,000억 달러에 가까운 지급준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일부 전략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은행이 Fedwire Funds Service를 통해 일일 지급결제를 처리하는 방식을 구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유동성 완충 장치에 대한 필요성을 낮추는 방안은, 효과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연준의 24시간 Fedwire 서비스 역시 도입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으며, 이용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입니다.2 다른 제안들은 재무부 일반계정 관리 방식의 개혁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연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사안입니다. 또한 통화정책 운용 방식 자체의 변경을 요구하는 방안들도 있는데, 이는 머니마켓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등의 시장 측면의 트레이드오프를 수반하며, 매일 적극적인 지급준비금 관리가 필요합니다.
반면 연준이 대형은행 유동성 규제를 운용하는 방식을 조정하는 전략들은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형은행의 유동성, 정리, 스트레스 테스트 요건을 조정해, 극심한 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 연준의 할인창구 이용을 전제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아울러 연준은 은행들이 현재 보유한 지급준비금을 국채나 단기 정부기관 채권과 같은 다른 우량 유동성 자산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자산은 시장 불안 시 연준으로부터 추가 유동성을 조달하기 위한 담보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이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연준이 장려할 경우, 제도 이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규정 하에서는 은행들이 연준의 유동성 지원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충격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유동성을 보유해야 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 연준이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필요성을 줄여 은행 시스템 전반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높여줍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평상시에는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과도하게 비대해질 수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를 지나치게 보수적인 조치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대형은행 유동성 규제를 완화하고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전략은 현재 연준의 감독 담당 부의장인 미셸 보먼에 의해 이미 추진되고 있습니다. 규제 당국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유동성 규정 개편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르면 내년 1월 또는 4월부터 시행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 영향 모니터링과 대응
연준은 은행의 지급준비금 수요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실제로 시행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은행의 지급준비금 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는지, 또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연준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징후는 연준이 지급하는 지급준비금이자(IORB)에 비해 머니마켓 금리 스프레드가 소폭 축소되는 현상일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 국면에서 담보 및 무담보 오버나이트 머니마켓 금리는 대체로 IORB보다 5~10bp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차트 2 참조). 이후 연준이 지급준비금을 축소하면서 해당 금리들은 IORB에 보다 근접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서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금리들이 다시 하락세를 보인다면, 이는 지급준비금 수요를 낮추기 위한 전략들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머니마켓 금리가 완화되더라도, 은행의 지급준비금 수요가 실제로 얼마나 감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연준의 은행 감독 당국이 대형은행들을 대상으로 각 은행이 인식하는 ‘최소 필요 지급준비금 수준’을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양적완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은행의 지급준비금 수요가 5,000억 달러 이상 감소했음을 연준이 상당 부분 확신할 필요가 있는데, 미런의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이는 충분히 현실적인 범위로 보입니다.
전체 시장에 대한 시사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점진적으로 정책이 시행된다면,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형은행들은 여전히 자산의 일정 부분을 유동성이 높은 증권으로 보유해야 할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다만 지급준비금 보유 외의 자산 구성에 더 많은 유연성이 부여될 경우, 은행들이 보유하던 지급준비금 일부가 국채로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은행들은 새로운 제도하에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이며, 현재 국채 수익률곡선이 우상향하고 있는 환경에서는 지급준비금을 수익률이 더 높고 유동성도 충분한 국채로 전환할 유인이 존재합니다. 국채 공급과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 간의 관계를 분석한 다양한 학술 연구들은 이러한 변화가 국채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임을 시사합니다. 또한 재무부 역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단기채권 위주의 국채 발행으로 발행 구조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은행의 지급준비금 보유 구조 변화는 시장에서 큰 마찰 없이 흡수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마치 페인트가 마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처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글은 Del Anderson과 J. R. Scott의 기여로 작성되었습니다.
1Alyssa G. Anderson, Alessandro Barbarino, Anthony M. Diercks, Stephen Miran, "A User’s Guide to Reducing the Federal Reserve’s Balance Sheet." Federal Reserve Finance and Economics Discussion Series (March 2026). ↩
2Gara Afonso, Darrell Duffie, Lorenzo Rigon, Hyun Song Shin, "How Abundant Are Reserves? Evidence from the Wholesale Payment System."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staff report no. 1040 (November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