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의 분열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많은 정부와 기업이 회복탄력성 강화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필요성은 가능성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술인 AI의 등장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술 안보는 국가 경제 안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사의 최신 경기주기 전망 "성장세는 유지, 그러나 확산되는 리스크" 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그 결과 AI 관련 인프라 확장에 전례 없는 규모의 자본 투자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공시한 자본지출 규모를 살펴보면, 2026년 투자액은 1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후에도 약 1조 5,000억 달러의 추가 지출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AI는 처음부터 미국 시장만의 투자 스토리가 아니었습니다. AI 인프라 구축은 미국 내 수요와 글로벌 기술 공급망 전반의 생산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점차 다른 국가들의 투자 확대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AI는 미국과 전 세계의 경기 확장을 지지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AI를 중요한 경기 순환적 리스크 요인으로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I 투자 자체가 반드시 붕괴해야만 성장에 대한 AI의 기여도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제 성장은 지출 규모 자체보다 지출 증가 속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투자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투자 증가율이 둔화하면 성장 동력은 점차 약화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AI 투자 사이클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세 가지 핵심 시사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단순 투자를 넘어 미국 경제 전반을 견인하는 AI
첫째, AI 투자가 미국 내수를 견인하고 있으나, 높은 수입 비중으로 인해 미국의 실질 GDP 성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상당 부분 제한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미국 증시를 밀어 올리면서 소비 성향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부의 효과'가 수요 진작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 생산량의 측정 방식에 관한 배경지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GDP는 단순히 투자 지출이 발생한 곳이 아니라, 생산이 이루어진 곳을 기준으로 산출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데이터센터에서 서버나 그래픽 카드를 구매하면 생산지와 관계없이 미국 내 투자가 증가합니다. 하지만 해당 장비가 수입품이라면 수입도 함께 증가하게 되며, 이는 GDP 지출 계산 과정에서 차감됩니다. 즉, 투자 데이터는 생산 자본의 취득을 반영하는 반면, 수입 조정 항목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의 산출로 집계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이 발간하는 국민소득 및 생산계정(NIPA)은 AI 투자를 별도의 독립된 범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대신 AI 투자는 정보처리 장비,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등 비주거용 고정투자의 여러 구성 부문에 걸쳐 반영됩니다. 이처럼 주요 AI 관련 투자 항목에 해당하는 무역 및 재고 변동 흐름을 결합하면, 국내 순성장 동력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계산을 바탕으로 당사는 2025년 초 이후 AI 관련 투자가 미국의 연율화된 분기별 실질 GDP 성장률에 미친 직접적인 기여도는 평균 약 0.4%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GDP 성장률이 약 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제한적인 수준입니다(차트 1 참조).
하지만 이 수치는 투자 붐의 실제 규모를 상당 부분 축소 반영하는 면이 있습니다. 당사 추정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 국내 수요의 연평균 성장률 2.7% 중 AI 관련 투자가 기여한 비중은 약 1.2%포인트에 달했습니다(차트 2 참조). 즉, 미국의 지출 증가에 대한 AI의 기여는 미국의 생산 증가에 대한 기여를 훨씬 상회했는데, 이는 해당 지출의 상당 부분이 수입품에 대한 지출이었기 때문입니다.
AI 붐이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경로는 직접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AI에 대한 낙관론은 금융 여건 개선을 통해서도 성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생산성 향상과 기업 이익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미국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했고, 이는 가계 자산 증가와 소비 촉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연준의 금융 여건 기반 성장동력 추정 프레임워크(당사의 2026년 9월 30일자 Macro Signposts 참조)를 활용하면, 당사는 주식 자산 증대 효과가 성장에 약 0.5~0.7%포인트의 추가적인 부양 효과를 제공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는 투자 자체로 인한 성장 동력의 약 1~1.5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추정치를 종합해 보면, AI 관련 요인이 미국의 성장세에 의미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미국 내 직접 투자 효과는 헤드라인 자본지출 수치가 시사하는 규모를 상당히 하회하더라도 말입니다.
미국은 투자, 아시아는 생산
둘째, 수입으로 인해 미국 GDP에서 제외되는 부문이 글로벌 GDP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수입하는 프로세서, 서버, 네트워킹 장비는 다른 지역의 생산과 소득에 귀속됩니다.
미국의 견조한 수요(차트 3 참조)는 결과적으로 AI 하드웨어 공급망에 편입된 경제권에 강력한 성장 동력을 제공했습니다. 당사의 최신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AI 관련 수출 노출도는 대만이 GDP의 약 30%, 한국이 15%를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며(차트 4 참조), 기술 사이클 규모가 해당 국가의 경제 규모에 비해 얼마나 거대해졌는지 보여줍니다. 멕시코 역시 북미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지표는 AI 관련 수출의 국내 부가가치 기여도가 아닌 GDP 대비 총 수출 노출도를 나타냅니다. 그렇지만 이는 AI 투자 붐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노출 규모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즉, 수입 비중이 높다는 점은 미국 성장에 대한 AI 투자의 직접 기여도를 제한하는 요소이지만, 그 투자에 따른 성장 동력의 상당 부분은 동시에 세계 경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본지출 붐은 특히 아시아 기술 공급망을 중심으로 보다 광범위한 제조업 및 무역 사이클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밖으로 확산되는 투자사이클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미국은 더 이상 AI 인프라 수요를 주도하는 유일한 국가가 아닙니다. 중국 역시 시장의 선발 주자였으며, 아시아 다른 지역과 중동 또한 컴퓨팅 역량, 데이터센터 및 이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지원 인프라 투자를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각주1 자국 내 컴퓨팅 역량을 확보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AI 인프라 투자는 기술 안보, 에너지 수급, 공급망 회복탄력성과 같은 보다 광범위한 국가 우선순위와 점점 더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AI 자본지출 사이클은 글로벌 산업 생산 및 무역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글로벌 산업 생산 전반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둔화된 상황에서도 컴퓨터, 전자제품 및 관련 장비 생산은 이례적인 강세를 보였습니다. 즉, AI는 글로벌 생산을 뒷받침하는 독자적인 글로벌 산업 사이클을 형성하는 동시에, 향후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가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있습니다.
시사점: 글로벌 성장 동력이자 리스크의 원천
AI는 처음부터 미국 시장만의 투자 스토리가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장비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투자에 따른 직접적인 성장 기여도는 헤드라인 지출 지표가 시사하는 수준을 훨씬 밑돕니다. 그렇지만 주식 자산 증대 효과까지 포함하면 전반적인 성장 효과는 더 커지며, 미국 성장에서 차감되는 부문은 결국 글로벌 성장에 기여하게 됩니다.
따라서 AI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투자 수요, 글로벌 기술 공급망 전반의 제조 및 수출, 그리고 주식 시장을 통한 금융 여건 개선 등 다방면에서 동시에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되면서 AI는 글로벌 경제 확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지 효과는 새로운 형태의 순환적 집중 리스크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성장 전망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AI 투자 규모가 아니라, 투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가속화될 수 있느냐입니다. 성장 동력은 인프라 구축 투자가 붕괴하지 않더라도 약화될 수 있습니다. 투자 확대 속도가 둔화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경우 그 영향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으며, 특히 생산성 향상이 이를 상쇄할 만큼 충분히 빠르게 실현되지 못한다면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경제 확장의 회복탄력성을 높여 온 바로 그 요인들이 새로운 순환적 집중 리스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AI는 미국의 수요, 아시아의 생산, 글로벌 투자를 동시에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이번 호황을 강력한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동시에, 모멘텀이 약화될 경우 경기 전망을 위협하는 중요한 하방 리스크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1 François de Soyres, Alex Haag, Mike Liu, Eva Van Leemput. “The Global Trade Effects of the AI Infrastructure Boom.” U.S. Federal Reserve FEDS Notes (13 February 2026). Return to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