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세는 미국 노동시장의 건전성에 대해 혼란스러운 신호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2025년 말 이후 실업률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은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이는 현대사에서 전례가 없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미국 인구조사국과 노동통계국(BLS) 자료에 따르면, 1949년 이후 고용률이 이와 비슷한 폭으로 하락한 모든 사례에서 실업률은 상승했으며, 일반적으로 그 상승폭은 고용률의 하락폭보다 더 컸습니다.
이번 사이클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노동 공급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위축되었기 때문입니다. 고소득층일 가능성이 높은 고령 근로자들의 은퇴 증가를 비롯한 노동시장의 다양한 구조적 변화가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인 노동 수요 역시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구조적 요인들 자체가 노동비용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노동시장에 대한 상반된 신호들은 연방준비제도가 이중 책무(최대 고용 및 물가 안정)를 달성하는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 압력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은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들의 순효과는 임금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단위노동비용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연준이 필요에 따라 보다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엇갈리는 노동시장 신호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1%로, 2025년 말의 고점보다 낮은 수준이며 2026년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실업률 하락은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금 상승률 둔화, 인건비 압박, 부진한 고용 증가, 그리고 고용률 하락은 각기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실업률 하락은 노동 수요의 증가를 반영하기보다는 노동 공급 감소와 점점 더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경제활동참가율은 2025년 12월 이후 1%포인트 하락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197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의 규모를 가늠해 보기 위해, 경제활동참가율이 변하지 않은 채 노동력이 인구 증가에 맞춰 늘어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2026년 7월 실업률은 약 5.6%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현재 수치보다 1.5%포인트 높은 수준이자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고령화를 비롯한 인구통계학적 요인은 일반적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에 노동시장 약화로 인해 노동시장 참여가 위축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처럼 단기간에 경제활동참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 걸까요? 노동 공급이 더 빠르게 위축된 데에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통계 개정이 일부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신 인구 데이터를 반영하기 위해 실시된 1월 통계 개정으로 미국 고령층의 비중이 더 높게 집계되었습니다. 고령층은 나이가 들수록 은퇴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핵심 생산연령층보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습니다. 이러한 인구 구성 변화는 올해 경제활동참가율 하락분의 40% 미만을 설명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각 연령대 내에서 작용한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본격화
대규모 은퇴 추세가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1990년대 초부터는 기대수명 증가, 장기간 일하도록 유도하는 사회보장제도 개편,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에서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으로의 전환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에 기여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추세는 정체되었을 뿐만 아니라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주택, 주식 및 기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상당한 자산 증식이 이루어지면서 일부 가계는 당초 예상보다 조기에 은퇴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기대수명의 정체는 물론, 사무실 복귀 정책 및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 재배치 역시 미국의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젊은 층과 핵심 생산연령층에서도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했습니다. 인구 통계 데이터 업데이트를 반영한 후에도 이러한 집단은 올해 들어 나타난 경제활동참가율 하락분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설명하는 요인들은 그다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점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결과 일부는 노동시장 자체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구직률, 즉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다음 달에 취업하게 될 확률은 최근 5%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의 6~7%, 그리고 1990년대와 2000년대의 7~8%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이러한 하락세는 경기확장기 후반에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경제활동 참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인력까지 고용시장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으며,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구직률 악화가 핵심생산연령층과 대학 졸업자 집단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노동시장 약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온 집단입니다.
고용 둔화, 이민에 따른 노동 공급 변화,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AI를 비롯한 노동 대체 기술의 초기 영향 등 다양한 경기순환적 및 구조적 요인이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AI에 따른 노동시장 재배치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 보입니다. 고용 및 구직률의 하락이 AI 기술의 초기 도입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집단인 젊은 층과 고학력 근로자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시경제 및 정책적 시사점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볼 때도 다양한 지표들은 노동이 인플레이션 압력의 주요 원천이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 상황이 혼란스럽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측정된 임금 인플레이션과 단위노동비용 인플레이션은 2026년에도 완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임금 고령 근로자 중 다수가 노동시장을 떠나고 있으며, 이들의 역할은 대부분 대체되지 않고 있어 노동비용 증가세를 더욱 완만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핵심 생산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과 임금 인플레이션 완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노동 공급 감소가 노동 수요를 제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진한 노동 수요가 노동 공급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정책입안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상반된 신호들은 노동시장 상황을 평가할 때 특정 지표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예를 들어, 실업률을 유휴 노동력의 지표로 활용하는 테일러 준칙은 현재 노동시장의 긴축 정도를 과대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준칙들은 현재 통화정책이 적정 수준보다 상당히 완화적인 상태에 있다고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다양한 준칙을 계산하는 애틀랜타 연준의 ‘테일러 준칙 유틸리티(Taylor Rule Utility)’가 보여주듯, 실업률 대신 고용률 격차를 사용할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실제로, 고용률에 기반한 테일러 준칙은 실업률 기반의 유사한 준칙보다 정책금리를 100bp 낮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충격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를 시사하고 있으나,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는 이러한 리스크에 대응하기에 적절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특히 인건비가 인플레이션 압력의 주요 원천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