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장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올해 남은 기간은 물론 그 이후의 가격 향방까지도 두 가지 핵심 변수에 달려 있습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대목은 에너지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입니다. 이미 카타르의 시설이 공격을 받은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스크는 페르시아만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격화되고 있는 상호 공격 역시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주요 인프라가 공격을 받을 경우 공급 차질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수급 균형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핵심 변수는 해상 운송 차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입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향방, 그리고 어느 한쪽이 결정적인 성과를 거두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앞선 휴전 사례에서 보았듯이 선박 운항이 재개되면서 생산량도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그동안 발생한 손실 규모는 여전히 상당했습니다. 여기에 홍해 항로에 대한 위협이 다시 고조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중동과 우크라이나, 러시아를 둘러싼 현재의 정세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매일 긴장 고조와 완화가 반복되는 와중에 시간이 흐를수록 공급에 가해지는 부담은 계속 누적되고 있습니다. PIMCO가 2026년 4월 1일자 Macro Signposts에서 주장했듯이, 전 세계 해상 교역로를 통한 자유로운 교역 흐름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결국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 확대와 수요 파괴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주식시장과 크레딧 시장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분쟁 관련 지역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갈등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지리적 요인과 지정학적 역학 관계, 그리고 주도권을 둘러싼 수싸움이 향후 에너지 공급과 가격은 물론 그에 따른 경제적 파장까지 좌우할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 3월과 달리, 현재 에너지 공급 리스크는 세 곳의 주요 지리적 거점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페르시아만, 여전한 에너지 위기의 진앙지
페르시아만에서 이어지는 적대 행위는 여전히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꼽힙니다.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단기간 제한적으로 재개방됐지만, 현재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은 다시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해상 운송이 중단되면서 생산량은 해당 지역에서 소비되거나,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홍해로 또는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오만만으로 송유관을 통해 운송할 수 있는 물량으로 사실상 제한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란 수출에 대한 봉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란은 경제적 이익 확보든 전략적 방어 목적이든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며 이를 새로운 기정사실로 굳히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원유 공급 차질의 누적 규모는 10억 배럴을 넘어섰으며, 이는 에너지 공급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순손실입니다. 수십 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으면서 보험료가 급등했고, 해협에서 선원과 선박이 감수해야 할 위험 때문에 운항에 나서려는 선주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를 담당하는 이 지역의 공급은 결국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글로벌 경제 역시 이에 맞춰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데이터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 및 PIMCO의 계산을 기반으로 합니다.)
홍해에 형성된 제2의 전선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대응해 하루 400만~500만 배럴의 원유를 홍해 경로로 우회 수송한 조치(Kpler 기준)는 원유 시장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홍해에서 사우디 선박과 인프라를 겨냥한 후티 반군의 공격 재개는 사우디 원유가 중동 밖으로 수출되지 못할 리스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후티 반군은 남쪽의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지만,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로 향하는 북쪽 항로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미칩니다. 만약 문제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사우디 선박에 주로 국한되고 다른 선박은 계속 운항할 수 있다면, 그 영향은 공급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물류상의 문제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 경우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사우디산 원유에 대한 아시아의 의존도는 선박을 북쪽 항로로 우회시킴으로써 낮출 수 있습니다. 이는 비용과 부담을 수반하지만 순공급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수출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거나, 선박의 접안을 막거나,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거나, 동부 산유지대에서 홍해로 연결되는 송유관을 공격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상황은 여전히 매우 불안정합니다.
석유제품 시장을 압박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공방
세 번째 핵심 리스크는 러시아 선박과 정유 시설, 그리고 최근에는 수출 항구까지 겨냥하며 확대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공세입니다. 러시아 내륙 깊숙한 곳까지 미치는 이러한 공격의 범위와 효과는 상당했으며, 이에 따른 원유 시장의 부담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러시아의 정유 부문은 수개월째 차질을 빚고 있으며, 정제 처리량은 20여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평소 석유제품, 특히 디젤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는 수출을 줄였을 뿐 아니라 감소한 국내 공급을 대체하기 위해 휘발유 화물을 매입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는 중동 지역의 석유제품 수출 감소와 맞물리면서 디젤, 항공유, 휘발유 가격이 원유 대비 사상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을 기록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아조프해와 흑해 일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며 에너지와 주요 곡물 수송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무인수상정(USV)에 의해 여러 척의 선박이 공격받은 노보로시스크항에 대한 타격은 카자흐스탄산 원유의 주요 수출 물량을 위축시켰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해당 항구는 공격 이전까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2%를 선적하던 곳으로, 이는 시장 여건이 아무리 양호한 상황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공급 손실입니다.
원유를 넘어 석유제품·천연가스로 확산되는 공급 압박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원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휘발유, 디젤, 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원유 대비 사상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실질적인 공급망 제약을 반영합니다. 원유 가격이 연중 최고치 대비 거의 30% 하락했음에도 본 글 작성 시점 기준 석유제품 가격은 연중 최고치에서 불과 몇 퍼센트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소매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디젤 가격은 갤런당 5달러를 웃돌고 있습니다(Bloomberg 및 미국자동차협회 기준).
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경제 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3분의 2가 운송 부문에서 소비되는 데다, 중동산 원유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산업계가 크게 의존하는 중간유분(디젤, 항공유, 선박 연료) 생산에 높은 비중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공급 부족은 곧바로 운송 물량 감소와 화물 적체를 초래하며, 디젤과 비료 가격 상승을 거쳐 공급망 전반과 식품 가격에 대한 압력으로 확산됩니다.
페르시아만은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공급처이기도 합니다. 본 글 작성 시점 기준 글로벌 가스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특히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재고가 1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저장 여력을 안은 채 겨울철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점차 바닥나는 시장의 완충 여력
중요한 점은 미국과 이란 간 분쟁 초기 충격을 흡수했던 여러 완충 장치가 이제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전략비축유는 이미 약 3억 배럴이 방출돼 글로벌 공급 손실의 약 3분의 1을 상쇄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 미국의 비축유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비축 물량을 계획적으로 확대하던 시기인 198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국제에너지기구 자료 기준). 상업 재고 역시 감소하면서 주요 석유제품 재고는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현재 시스템의 유연성은 올해 초에 비해 훨씬 낮아진 상태입니다. 게다가 당시와 달리 지금은 수확기와 연휴 전 재고 축적 시기, 그리고 여름철 여행 성수기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시장이 추가 충격을 흡수할 여력은 거의 없습니다.
최대 변수로 떠오른 중국
예상 밖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중국이 원유 수입을 얼마나 빠르고 큰 폭으로 줄였느냐는 점입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수요 감소와 재고 인출, 석유제품 수출 축소를 통해 원유 수입량을 거의 절반까지 줄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요인인 석유제품 수출 감소는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과거 수년간 축적해 둔 재고를 활용하면서 중국은 유연성을 확보했지만, 중국이 이러한 수입 억제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이처럼 대규모 수요처가 이 정도 규모로 수요를 조정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수요 회복과 재고 재축적이 언제, 어떤 속도로 이뤄질지는 2026년 하반기와 2027년의 수급 균형 전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현재의 수입 수준을 유지한다면 원유 가격의 상승 압력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중국이 시장에 재진입해 재고 확충에 나선다면, 이에 맞춰 원유 공급도 확대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 이외 지역에서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
이는 본질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형 공급 충격입니다. 즉,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광범위하게 상승시키는 동시에 경제 활동에는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질 에너지 가격 상승은 원유와 에너지 제품 소비자에게 세금과 같은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글로벌 원유 공급에 대규모 차질이 발생하면 수요 감소도 불가피해집니다. 이러한 조정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질지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입니다. 팬데믹 기간에 확인했듯이 겉보기에 작은 차질도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에너지 순수입국인 유럽, 영국, 일본, 그리고 아시아 대부분 지역이 가장 큰 성장 둔화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AI 확산에 따른 에너지 수요와 에너지 집약적 제품(메모리와 반도체) 수요 급증이 시장 혼란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지속적인 에너지 충격을 상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동시에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제약에 직면해 있습니다. 또한 가격 상한제와 유사한 수요 지원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실제 공급 부족 상황에서는 시장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가격이 충분히 상승해야 하는데, 특정 지역에서 이러한 가격 조정 기능을 억누를 경우 글로벌 가격 상승 압력만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금융 여건은 크게 긴축되지는 않았습니다.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 하락이 이를 완충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공급 차질의 장기화를 반영하기 시작하면 금융 여건이 급격하고 비선형적으로 긴축될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결론
과거에는 하루 수십만 배럴 규모의 원유 수급 변화만으로도 가격이 움직이고 시장 전망이 달라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수백만 배럴 규모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변수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가격은 의미 있는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상승 쪽으로 크게 치우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바로 이러한 가격 압력이 미국을 이란과의 갈등 해결로 이끄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국 간 신뢰 부족과 상충하는 이해관계, 그리고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운 입장을 고려하면 해결을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자재 지수를 활용한 원자재 리스크 헤지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원자재 지수는 포트폴리오 리스크 분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수익률 제고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현재 원자재 지수의 캐리 수익률이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점, 예를 들어 2026년 7월 23일 기준 Bloomberg 원자재 지수의 캐리가 6%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익스포저를 보유하는 데 필요한 투자 판단 기준도 상당히 낮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