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사점:
- AI 채권 붐으로 인해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미 국채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는 단순하지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장 내러티브가 형성되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가 막대한 자금을 차입하고 미 국채 공급량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채권 수익률 상승의 원인을 '한정된 채권 매입 여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듀레이션' 탓으로 돌리기 쉽습니다.
- 이러한 내러티브는 메커니즘을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AI 자본지출은 실질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지만, 이는 저축-투자 경로를 통합니다. 대규모 투자 붐은 저축이 이를 상쇄할 만큼 충분히 증가하지 않는 한, 노동력, 전력, 장비 및 건설 역량을 흡수합니다.
- 데이터는 AI 채권 발행으로 인해 미 국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위축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AI 채권 발행 거래는 10년물 국채 수익률, 기간 프리미엄, 또는 스왑 스프레드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으며, 오히려 통화정책 기대감과 더 광범위한 거시경제적 요인들이 이번 금리 변동을 보다 명확히 설명해 주는 요인임을 시사합니다.
최근 몇 달간 지속된 채권 수익률 상승을 두고, 시장에서는 부채 조달 중심의 AI 자본지출 사이클이 미 국채 투자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제법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미 국채 공급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AI 기업들 역시 전례 없는 규모의 채권 발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부문 모두 동일한 투자 자본 풀을 공유하는 만큼, 시장의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익률 상승이 불가피합니다.
이 주장의 맹점은 통상적인 투자 위축 메커니즘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교과서적인 메커니즘은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정부 차입이 시중의 한정된 자금을 흡수해 금리를 끌어올리고, 그 결과 금리에 민감한 민간 투자가 위축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 걸까요?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민간 부문의 자금 조달이 32조 달러 규모의 미 국채 시장에서 투자 자금을 흡수할 수 있을까요?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AI 자본지출 사이클 역시 과거의 다른 대규모 자본지출 사이클과 마찬가지로 실질(물가 조정) 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서 흔히 제기되는 것처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미 국채 수요가 잠식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실질 수익률 상승과 저축-투자 항등식
균형 실질 수익률은 의도된 저축과 의도된 투자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가격입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지출을 확대하고 노동력, 전력, 건설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함에 따라, AI 자본지출 붐은 투자 수요를 끌어올립니다. 의도된 저축이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는다면, 균형 실질금리는 의도된 저축이 늘어나거나, 일부 투자가 위축되거나, 혹은 두 가지 모두 발생할 때까지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미국은 세계 최대의 개방 경제국이므로, 투자 증가가 국내 저축 증가와 반드시 일대일로 매칭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러한 조정의 일부는 해외 자본 유입 확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환율 조정 역시 또 다른 조정 여지를 제공합니다. 달러화 약세는 시간이 흐르면서 무역수지를 개선시켜, 투자 증가에 필요한 해외 자본 조달 규모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조정 여지가 무한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이미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막대한 양의 해외 저축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AI 관련 투자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된다는 전망 자체가 해외 자본을 유인할 수 있으며, 이는 환율 조정이 리밸런싱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범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조정은 균형 실질 수익률 상승, 자본 유입, 환율 변동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 수익률 상승은 중요한 조정 기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투자가 탄력을 받는 동안 실질금리는 상승해 왔기 때문입니다(차트 1 참조).
AI 자본지출을 둘러싼 논쟁에서 흔히 간과되는 중요한 논점 중 하나는, 실질금리에 작용하는 이러한 상승 압력이 AI 투자 사이클의 자금 조달 방식과는 대체로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올해 약 1조 달러로 예상되는 하이퍼스케일러 자본지출은 부채나 유보금, 혹은 주식 발행 등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든 동일한 실질 자원을 소비합니다. 균형 실질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의도된 투자와 의도된 저축 사이의 근본적인 격차이지, 자금 조달에 사용된 수단이 아닙니다.
이러한 논점은 유보금을 사용하는 경우에 특히 중요합니다. 기업이 이미 대차대조표상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쓴다고 해서,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해당 투자의 ‘자금이 이미 조달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유보금을 AI 인프라에 투입하면 단순히 저축이 투자로 전환될 뿐이며, 다른 자금 조달 방식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노동력, 전력 및 건설 자원을 소모합니다. 자금 조달 방식은 금융 청구권의 소유 구조와 리스크 배분을 바꿀 뿐, 경제 전체의 실물 자원 소비량을 변화시키지는 않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자금 조달 방식은 여전히 자산 가격, 리스크 배분, 그리고 시장 수급 요인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다음에 다룰 두 번째 경로입니다. 하지만 의도된 저축과 의도된 투자, 그리고 균형 실질금리를 연결하는 거시경제적 셈법 안에서는, 부채로 조달한 자본지출 1달러나 유보금 혹은 주식 발행을 통해 조달한 1달러나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따른 미 국채 투자 수요 위축: 실증적 근거 부족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경로에서는 자금 조달 방식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론적으로 AI 관련 채권 발행이 급증하면, 투자자는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 국채를 포함한 기존 보유 자산을 축소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 채권 발행이 국채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식별하는 것은 까다롭기 때문에, 당사는 보다 범위가 좁은 접근 방식으로 지난 12개월간 대규모 AI 관련 채권 거래를 대상으로 한 사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AI 자금 조달이 금리에 미치는 전체 파급효과를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대규모 발행 거래가 국채 시장에 감지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기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과제는 예상된 발행과 실제로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발행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당사는 이를 위한 대리 지표로 새로운 채권 발행 발표 시점을 전후한 해당 발행사의 기발행 채권 성과를 활용했습니다. 이 기발행 채권들이 광범위한 시장 지수 대비 비정상적인 마이너스 수익률(1 표준편차를 초과하는 변동폭)을 기록할 경우, 당사는 이를 해당 발행의 규모나 시기가 시장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간주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당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6건의 예상치 못한 발행 거래를 식별했습니다.
물론 채권은 공급 외에도 펀더멘털 요인으로 인해 성과가 부진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대리 지표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사는 그러한 우려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동일 업종 내 다른 발행사의 악재가 때때로 신규 채권 발행의 성과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당사가 분석한 표본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테스트 #1: 명목 수익률
예상치 못한 AI 채권 발행 건들을 표본으로 삼아, 각 발표 직전일 종가부터 발표 다음 날 종가까지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의 이틀간의 변동 폭을 측정했습니다. 이 분석 기간은 의도적으로 짧게 설정되었지만, 대규모 채권 발행 거래의 가격 책정과 물량 배분, 그리고 시장 소화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예상치 못한 AI 채권 발행이 미 국채 수익률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승을 유발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차트 2 참조). 가장 두드러진 이상치는 아마존의 3월 10일자 발행 건으로, 당시 명목 수익률의 유의미한 상승 시점과 겹칩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미 국채 투자 수요 위축보다는 통화정책 기대의 변화와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정책금리 기대치의 대리 지표 역할을 하는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동일한 분석 기간 동안 약 22bp 상승했습니다.
테스트 #2: 기간 프리미엄
추정된 미 국채 10년물의 기간 프리미엄 변동치를 활용해 동일한 분석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 도출된 결론 역시 이전과 동일합니다. 즉, 예상치 못한 AI 채권 발행이 기간 프리미엄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승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차트 3 참조).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3분기 이후 나타난 전반적인 흐름과도 일치합니다. 수익률 상승분의 대부분은 예상 정책금리 상승을 반영한 것이지만,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첫 FOMC 회의 이후에는 기간 프리미엄도 한층 뚜렷하게 상승했습니다.
테스트 #3: 스왑 스프레드
마지막 검증 절차로, 당사는 기간 프리미엄과 달리 시장에서 직접 관찰이 가능한 스왑 스프레드를 살펴보았습니다. 만약 투자자가 예상치 못한 고정금리 AI 채권 공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수익률 자체에서 나타나는 신호가 불분명하더라도 국채 가격은 스왑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AI 채권 발행 전후로 이와 같은 체계적인 시장 반응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차트 4 참조).
결론적으로, 명목 수익률, 기간 프리미엄, 스왑 스프레드 전반을 통틀어, 예상치 못한 AI 채권 발행이 미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근거는 부족합니다. AI 자본지출 붐이 저축-투자 경로를 통해 균형 실질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AI 채권 공급이 미 국채 투자 수요를 직접 위축시킨다는 보다 제한적인 주장은 데이터에서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본 보고서는 Michael Puempel과 Gabriel Cazaubieilh의 기여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