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공급 충격을 촉발한 이란과의 분쟁이 7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에너지 시장은 여전히 위험자산에 대한 가장 뚜렷한 불확실성 요인입니다. 차트 1에서 볼 수 있듯이 6개월물 WTI 선물 가격은 2월 말보다 약 25% 높은 수준으로, 과거 지정학적 유가 충격 당시와 대체로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자산군의 성과는 과거 공급 충격 당시의 전형적인 양상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차트 2에서 볼 수 있듯이 투자등급(IG) 크레딧 스프레드는 2월 수준과 비교해 사실상 변동이 없습니다. 차트 3은 2026년 미국 국채 금리가 뚜렷하게 상승해 1991년 제1차 걸프전 당시의 양상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양상에 더 가까운 흐름을 보였음을 나타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많은 투자자가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게 되었으며, 이는 실질금리 상승을 이끈 핵심 요인입니다. 특히 크레딧 투자자의 경우, 스프레드가 낮은 수준임에도 국채 금리 상승으로 총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의 금리 움직임이 현재의 분쟁을 설명하는 유용한 관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통적인 거시경제 이론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에너지 공급 충격은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성장 둔화 우려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이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자산을 찾으면서 금리는 하락했습니다(차트 3 참조).
2022년이 예외였던 것은 당시의 출발점이 이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2020년 팬데믹 당시 대부분 국가에서 정책금리는 사실상 0%까지 인하되었습니다. 중앙은행은 대규모 자산 매입에 나서 장기 금리를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고, 총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 부양책은 결국 제약된 공급망과 맞물려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이란 분쟁이 시작될 당시에는 이러한 조건 중 어느 것도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상황은 왜 달랐을까요?
올해의 에너지 충격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지금까지 회복력을 보인 데에는 두 가지 주요 요인이 기여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첫 번째 요인은 경제의 석유 집약도입니다. 차트 4에서 볼 수 있듯이 1980년대 이후 일정한 수준의 미국 실질 GDP를 생산하는 데 소비되는 석유 배럴 수는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참고로 1991년 제1차 걸프전 당시 미국 경제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GDP를 생산하려면 오늘날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석유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이를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지난 50년 동안 미국이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서비스업 중심 경제로 전환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서비스업 중심 경제는 구조적으로 투입요소인 석유에 덜 민감합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1차 걸프전과 같은 시기처럼 성장이 악화되려면 더 크고 지속적인 에너지 충격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 요인은 AI 투자 사이클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AI 생태계와 연계된 자본지출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Bloomber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추정치에 따르면 AI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만으로도 2027년에 1조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규모의 지출은 성장 기대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으며, 투자자의 위험자산 선호를 지지하는 동시에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더 광범위한 위험자산으로 확산되는 것을 제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공급 측면의 압력 완화를 시사하는 초기 징후
페르시아만 지역의 원유 수송량이 2025년 평균 수준에 근접하기 시작했다는 고무적인 징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원자재 애널리스트, 언론 보도 및 위성 추적 서비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수출량은 이란 분쟁 이전 수준의 80%~90%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각주1.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발생한 차질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운 추정치입니다. 다만 재고는 여전히 압박을 받고 있으며, 공급 정상화 관련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또한 시추기 수의 증가는 미국의 석유 생산이 점진적이나마 확대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Baker Hughes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가동 중인 시추기 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10% 증가해 약 600대에 이르렀으며, 이는 2025년 초와 비슷한 수준입니다(차트 5 참조). 그러나 미국 에너지 생산이 거듭해 온 호황과 불황의 역사를 고려할 때, 미국에 기반을 둔 탐사·생산(E&P) 기업들은 이번에는 더욱 신중하게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0년 팬데믹 이전 몇 년간에 비해 유가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리스크 요인
지금까지 나타난 경제의 회복력, 걸프 지역의 원유 수송에서 나타나는 고무적인 징후, 그리고 에너지 가격이 선물시장에 반영된 수준에 맞춰 점진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당사의 기본 전망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로에는 뚜렷한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정유 및 석유제품 시장의 병목 현상은 여전히 존재하며, 실물경제로의 파급은 원유 가격만이 아니라 디젤유, 항공유 및 휘발유 가격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원유 흐름이 거의 정상화되었다고 해도, 에너지 비용 상승이 소비지출과 전반적인 경제활동에 부담을 줄 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지정학적 상황이 여전히 매우 유동적이라는 것입니다. 원유 또는 정제 석유제품 시장의 차질이 다시 발생할 경우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조합이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재개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원유 및 정제 석유제품 공급망의 차질이 지속된다면 성장 기대와 위험자산이 이러한 충격에 점차 더 크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조정에 과거 사이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자산군 간의 관계가 과거 역사적 패턴에서 벗어나는 현재의 현상이 영구히 지속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본 보고서는 Michael Puempel과 Gabriel Cazaubieilh의 기여로 작성되었습니다.
1 출처: Barclays Research, Kpler 데이터 기반. 파이프라인을 통한 우회 수송분을 포함한 중동 걸프 지역의 순원유 수출량은 9월 22일까지 7일간 하루 평균 1,920만 배럴로, 전쟁 이전 수준의 83%를 기록했습니다. Return to content